1. 안예은이라는 음악의 장르
1992년 5월 생으로 올해 서른살이 된 안예은 씨는 SBS의 K팝 스타 시즌 5에 출연하며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사위원이었던 박진영과 양현석에게는 탈락되었지만 유희열의 와이드카드 사용으로 간신히 생존하였고, 결국 시즌5의 준우승자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대중적이지 못했지만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른 참가자였습니다.
(TVN의 슈퍼스타 K에 출연하여 우여곡절 끝에 결선에 진출한 버스커버스커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후 안예은은 2016년 11월 "어쩌다보니" 타이틀이 있는 1집 앨범 "안예은"으로 본격적인 데뷔를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안예은 씨가 K팝 스타에 나왔을 때에도 1집 앨범을 냈을 때에도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예은 씨를 알게된 계기는 "문어의 꿈" 노래를 듣고 나서부터 였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어찌나 신선하고 좋던지 한동안 이 음악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음악을 본인이 작사 작곡 편곡까지 하며, 안예은의 존재와 음악 자체가 그냥 안예은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녀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음악 장르입니다.
2. 앨범과 곡소래
이번 정규 4집에는 총 10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무거워, 죽음에 관한 4분 15초의 이야기, 미끄럼틀, 잠, 미움받는 꿈, 잔, 가볍게, 멍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Cistus albidus입니다. 거기에 한곡이 더 있는데 죽음에 관한 4분 15초의 이야기 Instrumental입니다.
안예은 씨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으로만 만든 큰 세계의 이야기만 그동안 하다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은 곳의 비율이
아주 높은 앨범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목이 쉽게 쓴 이야기인 이유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본인의 다른 곡들보다 조금은 가볍게 들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본인의 강박을 내려놓고 만들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쉽고 가볍게 쓴 이야기들 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11곡의 노래 모두 좋지만, 저는 그 중에서 무거워, 미끄럼틀, 미움받는 꿈, 그럴 줄 알았지, 그리고
죽음에 관한 4분 15초의 이야기가 더욱 더 좋았습니다.
3. 쉽게 쓴 이야기 - 죽음에 관한 4분 15초의 이야기
안예은은 쉽게 썼다고 하지만, 결코 쉽게 들을 수 없고 쉽게 들리지 않는 음악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무엇보다 2번째 곡인 죽음에 관한 4분 15초의 이야기는 정말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4분여의 짧은 시간안에 사람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그것도 모자라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그려넣을 수 있다는 것에 더없이 놀랍고 경이로웠습니다.
평소에 얼마나 많은 책, 영화, 음악, 드라마, 미술 등에서 영감을 얻고, 또 얼마만큼의 사색을 해야 이런 이야기들을 이처럼 쉽게 쓸 수 있을까요?
심박작동 측정기가 알리는 "띠 띠 띠~~~~~~~~~" 심정지 소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바로 죽음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생각들이 담겨있습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니고, 존재하여 경험하지 못한 세계임을 알고 있지만
분명 존재할 것 같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미 자신보다 먼저 죽음에 이르러 그곳에 있을 듯한 털복숭이 반려견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의 가사에서 저는 그만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주 엉뚱하고 사소한 곳에서 눈물이 나옵니다.)
앙~~ 울음을 울며 태어나는 그 순간, 온 힘을 다해 쥔 손가락 안에는 정말 마지막의 나침반을 쥐고 있었던 것이었던가 싶습니다. 어쩌면 태어날 때, 그 마지막을 알고 있기에 태어나는 것 자체가 기쁨이자 슬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안예은은 4집 발매를 맞아 2월 24일 홍대 롤링홀에서 공연을 하였습니다.
저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모든 좌석이 매진이여서 예매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2월 25일부로 소속사였던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와는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어떤 소속사가 안예은을 품을지 궁금하고, 안예은 씨의 앞으로의 행보는 더욱 궁금하며
안예은 씨 앞날을 끊임없이 응원하고 그녀의 노래를 변함없이 사랑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읽고 있는 지금도, 저는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일지 모를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남을까요? 사라질까요? 무섭고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기대가 됩니다.
ps. 작성하고 보니 첫 포스팅이었던 씻김굿과 묘하게 이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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