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휴가늘 낸 금요일.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오전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습니다.
선택한 영화는 개봉전부터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했던 정지영 감독의 영화 <소년들>입니다. 팝콘과 콜라를 주문하고 상영시각에 맞춰 영화관으로 들어갑니다.
<감독과 배우>
정지영 감독님은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영화계의 거장이십니다.
2007년도에 발생한 판사를 향한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이 있고,
2003년도에 있었던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론스타에 매각했던 사건을 다룬 <블랙머니>,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1999년 전라북도 삼례의 슈퍼마켓에서 벌어진 강도 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소년들>까지
중요하고 굵직한 실화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완주경찰서의 수사반장 황준철 역에 설경구
우리슈퍼 강도 살인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 역에 유준상
강도 살인사건으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인 윤미숙 역에 진경이 출연합니다.
또, <블랙머니>에서도 검사역을 맡았던 조진웅이 <소년들>에서도 강도 살인사건 당시 담당 검사인 오재형 역으로 등장합니다. 다만 블랙머니에서의 검사와 소년들에서의 검사는 180도 다른 모습입니다.
그 외에도 진범 중 한명인 이재석 역에 서인국, 황준철의 아내 역에 믿고보는 배우 염혜란,
오랜만에 영화에서 만나는 박철민 씨가 수사과장역으로 출연합니다.
오징어게임에서 눈도장을 찍은 허성태도 황준철의 후배이자 상사의 역할로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소년들>은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탄탄한 캐스팅의 라인업으로 연기자 모두가 맡은 배역에 충실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간략 줄거리>
영화는 1999년과 2000년, 그리고 2016년의 상황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줍니다.
1999년 전라북도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벌어진 강도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때 사건을 담당했던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은 사건이 발생한 지 6일만에 동네에 사는 소년 3명을 용의자로 검거합니다.
이 세명의 소년들은 당시 경찰(최우성과 부하들)의 고문과 폭행 등 강압에 의해 거짓으로 자신들이 강도고 슈퍼에 있던 할머니를 죽였다는 거짓 자백을 하여 감옥에 수감되는데, 최우성의 이 사건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고 이후 승승장구합니다.
2000년에 완주서로 부임한 황준철은 우연히 이 사건의 진범 중 한명인 조현수의 친구로부터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 전화를 받습니다. 조현수, 이재석, 하주혁이 실제 진범인데 조현수가 사건이 마무리 되었음에도 괴로워하고 그냥 두었다가는 어떻게 될 것 같다는 걱정으로 황준철에서 제보를 합니다.
이 제보를 시작으로 황준철의 당시 사건의 수사가 졸속으로 이뤄진 것을 알게됩니다.
최우성을 비롯한 경찰의 수사 과정이 죄도 없던 동네 소년 3명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소년들에게 강압과 고문 폭행으로 받아낸 거짓 자백임을 황준절은 하나하나 인지하게 되고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재심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최우성은 승진하여 고위직이 되었고, 담당 검사였던 오재형 검사도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덮으려 했기에 골치아프게 만드는 황준철을 섬으로 전출시켜 사건에 손을 못대게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합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6년.
섬에서만 근무하던 황준철이 육지인 전주로 발령받아 파출소에서 근무하는데, 당시 강도 살인사건으로 사망했던 할머니의 딸인 윤미숙으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습니다.
윤미숙은 그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려는데 당시 사건의 자료와 정보를 받고 싶다고 황준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당시 사건으로 감옥에 갔었던 소년들은 출소한 상태로, 청년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윤미숙은 보살펴주고 있었고, 이 아이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절과 거부를 해왔던 황준철은 끝내 재심에 도움을 주기로 하고, 사건의 진범 중 한명인 이재석에게 법정에서 진실을 말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과거의 잘못된 행동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밝히고 밝혀졌을 때의 두려움 때문에 고민과 걱정이 있었던 이재석은
아내의 말에 용기를 내어 법정에 나타나고 그곳에서 자신과 친구들이 진범이었다는 자백을 하게됩니다.
그리하여 사건이 발생한 지 16년만에 무고한 <소년들>의 죄는 사라지게 되고, 이제서야 비로소 살인자가 아닌 남들에게 떳떳한 그냥 평범한 사람임을 알리게 됩니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길..>
세명의 <소년들>은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들이었음에도 경찰의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스스로가 범인이라는 자백을 하게 됩니다.
사건을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 실적을 쌓기 위해서, 또 그렇게 고문하고 때리고 패면 없는 죄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시의 경찰, 검찰들은 그런 식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죄를 만들고 감옥에 가두는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소년들>역시도 그랬을 것이고, 그 때 경찰과 검찰로부터 맞았던 공포는 십수년이 지나 성인이 되었어도 여전히 공포로 남아있습니다. 경찰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벌벌 떠는 일이 자신도 모르게 무조건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고통은 죽을 때까지 평생 갖고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런 무고한 사람이 격는 트라우마를 이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무고하게 사람을 패고 고문하여 없던 죄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아무런 댓가도 받지 않고 여전히 높은 자리에서 사회적 명망과 환대를 받으며 잘 살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아프고 안타까워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에 내가 휘말리지 않아서 다행이고, 내 가족이 아니여서 괜찮은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해결하려 애쓰지 않으면 우리는 누구라도 언제라도 사건의 무고한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소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긴 시간동안 애쓴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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