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발레라는 장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2년 전에 처음으로 국립발레단의 <해적>이라는 공연을 보고 난 후부터 발레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넷플릭스에 <발레리나>가 올라왔길래 발레의 공연만큼 매력적인 영화이길 기대하며 재생버튼을 눌렀습니다.
<발레리나>는 이충현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전종서(옥주), 김지훈(최프로)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김무열(사장), 장윤주, 주현, 김영옥 등이 출연합니다.
1. 좋은 시작, 기대감 UP
영화의 처음 시작은 좋습니다. 편의점에서 돈을 훔치는 양아치들을 처리하는 전종서의 액션씬은 흥미진진하고 카리스마 넘쳤습니다.
또 무엇보다 공연장에서 두려움과 공포,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발레 공연을 하는 발레리나 민희(박유림)가 다른 발레리나가 민희의 목을 치고 발목이 꺾여 넘어지는 장면은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2. 5분, 딱 거기까지!!
그러나 딱! 거기까지!
시작 후 5분 정도는 흥미로웠으나 이후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의 90분동안은 대체 무슨 이유와 목적으로 이 영화를 만든걸까? 실소와 의문만 가득하게 만듭니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민희의 전화를 받고 민희네 집에 도착한 옥주는 손목에 칼을 그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희를 발견합니다. 그 옆에는 복수를 해달라는 메시지와 스타그램 아이디가 적혀있는 쪽지가 있습니다.
민희가 죽은 줄 모르는 최프로는 민희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몇 시까지 어디로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그 말을 들은 옥주는 최프로가 말한 장소로 가 최프로를 미행하여 거주지를 알아냅니다.
최프로가 집을 비운 사이에 집에 들어가 안을 살피던 중 성인용품이 가득한 캐비닛을 발견하고, 그 안에 있는 수십개의 USB도 발견하는데, USB에는 여자들의 직업들이 적혀있습니다.
모두 최프로가 여자들에게 물뽕을 먹이고 성추행을 하며 녹화를 한 영상이 담겨있는 USB이고, 그 USB중에는 발레리나도 있습니다.
민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한 옥주는 최프로를 죽일 결심을 하고 최프로에게 접근합니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리고 여성착취와 추행과 음란 동영상을 찍어두고 두고두고 협박과 갈취를 일삼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영화는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데, 등장인물이 왜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서사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종서도 그렇지만 김지훈은 정말.. 노답입니다. 굳이 좋은 것을 말하라면 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디 김지훈 뿐인가요, 뜬금없이 나와 발연기를 펼치시는 장윤주도 그렇고, 정말 뜬금없는 건 총포상 부부(주현, 김영옥)입니다.
이게 관객들 웃으라고 만든 포인트인지 모르겠지만, 웃음도 없고 감흥은 더 없는 억지 설정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옥주가 여고생을 구하러 사장이 있는 곳에 찾아온 장면은 자연스럽게 영화 <아저씨>의 후반부(원빈이 17대 1로 싸우는 장면)가 떠오릅니다.
혹시나 제2의 아저씨같은 레전드 씬을 보여주지 않을까 헛된 기대를 해봤습니다만, 너무나도 허무하고 긴장감이라고는 1도 생기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에서 2023. 10. 16일 기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영화 1위라고 나오는데, 어떻게 이게 1위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모두 저처럼 낚시에 걸려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중에는 어쩌면 넷플릭스 콘텐츠에도 다 시청한 사람을 대상으로 별점이나 평점을 주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우선적으로 도입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3. 졸작의 탄생, 넷플릭스의 문제
이 영화가 넷플릭스가 아닌 영화관에서 상영될 목적으로 기획하고 제작을 시도했더라면, 그랬어도 이렇게 졸작으로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좀 더 촘촘히 다듬고, 그에 걸맞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보다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찾아와 준 관객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려고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 지원이 되었고, 극장이라는 큰 스크린에서 상영될 일은 없을 것이고,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오리지널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는 일단 볼 것이다 라는 너무 안일하고 쉬운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 영화는 최악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영화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진 않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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