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실려있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소설을 원작으로 김희정 감독님이 만든 소설과 동명의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소개합니다.
배우 박하선(명지 역), 전석호(도경 역), 김남희(현석 역), 문우진(해수 역), 정민주(지은 역)이 주·조연으로 출연하며, 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품입니다.
1. 간략 줄거리
김치를 담그던 명지는 다급히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남편(도경)의 사망 소식을 듣습니다.
도경은 중학교 선생님인데 물에 빠진 학생(지용)을 구하려 물에 들어갔다가 지용이와 같이 사망을 한 것입니다.
명지는 장례를 치르고 난 후 폴란드에 살고있는 사촌언니로부터 여행을 따나 집이 비어 있는데 그동안 폴란드에 와서 지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명지는 고민 후 폴란드로 떠납니다.
지용이의 친구 해수는 지용이가 죽고 난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지용이의 누나 지은이의 문안을 자주 살핍니다. 지은이는 갑작스런 동생의 사망 때문인지 원인도 모르게 몸의 오른쪽이 마비되었는데 재활치료를 거부하고 매일 병상에 누워만 있습니다. 먹는 것도 거의 거르다 시피합니다.
폴란드에 간 명지는 그곳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데,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긴 걸 발견합니다. 반점은 처음에는 하나였다가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 몸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폴란드에서 공부하고 있는 현석에게 연락을 하고 둘은 오랜만에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십니다.
현석은 도경의 사망 소식을 알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명지가 혼자 폴란드에 온 것부터 명지의 말이나 행동에서 명지와 도경이가 헤어진 것이라 착각하고, 명지는 도경이의 사망을 알리는 대신 몇 달 전에 헤어졌다고 말합니다.
명지가 폴란드에 있는 동안 해수는 계속하여 병원을 방문하여 지은이를 살핍니다. 지은이가 아르바이트 했던 빵집에서 빵을 사가고 지은이가 재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살핍니다. 또 명지가 살고 있는 주소를 알아봐 달라는 지은이의 부탁도 잘 들어줍니다.
명지는 현석과 함께 바르샤바 봉기 때 죽은 사람들 이름을 적어 놓은 추모비가 있는 곳을 방문하는데 죽은 도경이 생각이 갑작스럽게 밀려와 오열을 하고, 현석은 그런 명지를 안아주고 위로해줍니다.
분위기 때문인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둘은 서로를 탐하기 시작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고 머쓱한 상황을 맡습니다.
지은이는 재활을 하면서 명지에게 편지를 쓸 결심을 합니다.
몸의 오른쪽이 마비인 상태여서 어렵게 어렵게 한 자 한 자 편지를 적습니다. 진심을 담은 편지를요.
권도경 선생님 사모님께로 시작하는 편지는 꿈에 지용이가 나왔다고 말하며, 혼자 있다가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겨먹으라는 부탁의 말을 했다고 적습니다.
꿈에서 지용이를 보고 나서야 권도경 선생님과 사모님이 떠올랐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 편지를 쓴다고 적혀있습니다.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또 사모님을 궁금해하며 살겠다고 하고, 혼자 계시다고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겨드시라는 말로 편지는 마쳐지며, 영화도 마무리 됩니다.
2. 원작과 다른점
김애란 작가의 소설에서는 해수라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해수는 아주 지은이와 명지를 연결해주고 영화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지은이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소설에서는 표현해주지 않았는데 영화는 지은이가 편지를 쓸 때까지의 상황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소설에서 명지가 떠난 도시는 스코틀랜드인데 영화는 폴란드로 설정되었습니다.
명지가 한국에서 살던 도시도 소설에서는 언급이 없었는데, 영화에서는 광주광역시입니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역사의 아픔이 있는 광주와 폴란드의 공통점이 떠올랐고 그런 설정이 영화적으로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각색하였다고 합니다.
그치만 등장인물의 말투에서나 분위기로나 광주라는 지역적 특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광주의 아픔에 대한 내용도 전혀 나오지 않는 것도 아쉬움입니다.
현석과 폴란드에서 만남을 갖고 둘이 서로를 탐하는 장면에서도 영화는 사전 교감이 없이 같이 한 침대에 있는 것부터 나오다보니 왜 이렇게 뜬금없는 장면을 연출한 것인지 의문이 느껴집니다. 소설은 작가가 쓴 글로부터 독자의 상상력이 가미돼 문장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반면, 영화는 화면에 의해 이끌려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장면이 영화에서는 생뚱맞고 뜬금없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3.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
가장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게 되었을 때의 심정은 과연 어떤지 아직 현실적으로 겪어보지 못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경을 하늘 나라로 보낸 명지는 슬픔을 이겨내려 하기 보다는 슬픔이 슬픔을 만들고 그래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인물로 표현됩니다. 동생 지용이을 잃은 지은이도 명지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재활을 포기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명지는 폴란드에서 현석과 보내는 시간을 통해, 지은이는 해수의 관심과 자각을 통해 현재를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명지의 몸에 이유없이 퍼지는 붉은 반점이 얼굴이나 목, 팔등이나 종아리 등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는 나타나지 않고 가려진 곳에만 피어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슬픔도 슬픔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 갇혀 있을 때 더욱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슬픔을 드러내고 그 것을 이겨내려고 애쓸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세상과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작가와 감독은 소설과 영화를 통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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