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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한 <길복순>

by 알리뷰~ 2023. 4. 5.

1. 한없이 순수한 이름인 복순, 그 앞에 붙는 킬러의 이름 킬복순

벚꽃이 만발했던 지난 3월 31일에 기다리고 기다렸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이 공개되었습니다.

2023년 2월에 열린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스페셜 부분에 초대되어 상영된 이후에 해외 영화관객 및 평론가들로부터 찬사와 호평을 받아서 더욱 기대가 컸던 작품입니다. 

 

 

저는 제주도에 갔다가 올라오는 비행기 안, 다리를 펴지도 그렇다고 오무리지도 못하는 좁디좁은 좌석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2. 변성한 감독의 페르소나 설경구, 킬러이기 전에 엄마 전도연

<길복순>은 변성현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변성현 감독의 이전 작품으로는 <나의 ps 파트너>, <불한당>, <킹메이커> 등이 있습니다.

 

남자주인공인  차민규 역에는 설경구씨가 맡았습니다. 

변성현 감독의 이전 작품인 불한당과 킹메이커에서도 설경구 씨가 주연으로 출연하였는데, 이번 영화 길복순에도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둘 사이에 뭔가 통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길복순 시사회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변성현 감독과 계속 작품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사회자가 질문을 하였습니다.

설경구 씨는 변성현 감독이 자기가 갖고 있는 상상력의 틀을 깨지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감독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같이 하면서 감독을 이해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촬영 현장 가는 것이 점점 재밌어지고, 결국 감독이 만드는 영화가 재밌어졌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 이유로 킹메이커와 길복순까지 변성현 감독의 작품에 연속으로 출연하게 된 계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설경구 씨가 감독에게 앞으로 40대, 50대 역할을 다른 배우에게 맡기면 자기를 못보는 줄 알아라, 는 농담까지 건네는 걸 보면 아마 변성현 감독의 다음 작품에도 설경구 씨가 출연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과 예상을 해봅니다.

주인공이 40~50대라면 말이죠. 

 

여자주인공인 킬러 길복순 역에는 믿고 보는 배우 전도연 씨가 맡았습니다.

길복순은 중3 딸 길재영(김시아 님)을 혼자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받은 작품(의뢰)은 반드시 성공해내는 성공률 100%의 청부살인 킬러이지만, 제가 느끼기로는 본업이 엄마인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런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신파가 좀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시작부분 제목 나오는 부분에서 길복순이 보여지고 '길'이라는 글자에 피가 뿌려지며 '킬복순'으로 인지되게끔 보여주는데 킬러와 엄마인 두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 했습니다. 

 

킬러의 모습에서는 이전 작품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모습이 살짝 보이기도 했습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킬러지만, 딸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너그러운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을 연기하는데, 상반되는 역할을 어쩌면 저렇게 잘 소화할 수 있는지, 정말로 전도연은 전도연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두 남녀 주인공 외에도 초반의 압도적인 몰입감을 보여준 황정민, 기대보다는 허무했던 이솜, 구교환, 김성오, 이연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3. 수고했어! 길복순

어느 블로그의 글에서는 존웍과 킹스맨이 떠오르는 영화라고 하던데, 존웍을 아직 보지 못한 저는 잘 모르겠고 제가 떠올린영화는 전도연 씨가 주인공인 <무뢰한> 인데 아마도 영화 속에서의 대사가 겹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뢰한에서 영길(김남길)과 혜경(전도연)이 나눴던 대화 중 서로의 약점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혜경은 영길에게 이혼한 와이프가 영길의 약점이라고 말하고, 영길은 혜겨에게 준길(박성웅)이가 혜경의 약점이라고 말하는데, 길복순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옵니다.

 

차민규와 길복순의 대결 장면 직전에 길복순은 차민규에게 선배의 약점은 본인(길복순)이라고 말하고, 

차민규 역시 이전에 길복순에게 너의 약점은 딸(재영)이라고 말 하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결국 자신의 약점의 대상을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자신의 약점의 대상을 바라보고, 그 대상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인 것을 영화는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모든 일들을 마치고 돌아온 길복순에게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재영의 대사에는 약점의 대상 또한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려주려는 의도도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약점의 대상은 누구인가요? 오늘 그 대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고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오늘을 살아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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