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쁜 회사일로 인해 한동안 글을 작성할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네요.
블로그에서 사용할 필명(닉네임)을 고민하고 있는데 마땅히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생각하고 있는 중이니 아마 다음 글을 작성할 때에는 필명을 정하고 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희망사항이네요.)
1. 무더운 날씨 높은 습도로 짜증이 가득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낸 블랙코미디
오늘은 2021년 9월에 개봉된 고봉수 감독의 <습도 다소 높음>이라는 영화에 대한 리뷰입니다.
개봉할 당시는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넷플릭스 검색하다가 발견을 했습니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과 신선한 제목, 그리고 눈에 띄는 배우는 없지만 뭔가 모를 끌림이 있어 영화를 선택하였고 쉼없이 관람하였습니다.
영화는 시골의 낡고 작은 영화관인 낭만극장에서 열리는 독립영화 <젋은 그대>의 시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찰스(김충길 님)는 낭만극장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극장에서 같이 일하고 있던 직원 2명은 코로나19로 인한 긴축 경영으로 그만둔 상태로 혼자 극장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성실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꽉 막혀있어 융통성이 없는 답답한 캐릭터입니다.
극장의 모든 일들을 다 하고 있기에 사장에게 월급을 올려달라고 사정을 해보지만, 월급을 올려줄 생각은 1도 없는 사장에거 즉시 까이고 맙니다. 그럼에도 사장이 주문한 "주인의식"의 신념을 갖고 맡은 일을 답답할만큼 잘 수행합니다.
영화 속 영화배우인 승환은 소개팅 자리에 30분이나 늦습니다. 안그래도 더운 날인데 승환을 기다리는 여성은 짜증이 잔뜩 나 있습니다. 설상가상 승환의 모습은 그녀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닌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느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자기가 출연한 영화를 보러 가자는 제안을 예의상 받아들이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땡볕아래서 힘들게 걸어 도착한 극장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아 야외보다도 더 덥고 습한 곳입니다.
결국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한 후 그 자리를 떠납니다.
영화 속 주연배우인 주환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시사회장에 약혼녀가 와서 결혼 준비에 대한 서운함과 속상함을 늘어놓습니다. 서로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서로 때문에 짜증이 난 채로 여자는 떠나고 주환은 시사회장에 들어가 자기가 출연한 <젊은 그대>영화를 관람합니다.
극장 안에서는 영화 시사회가 시작되고 극장 밖에서는 평론가와 찰스가 음료수 서비스 문제로 실랑이가 일어나고,
뒤 늦게 도착한 젊은 그대의 영화 감독 이희준은 코로나19로 인한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라는 찰스의 요구에 갖가지 이유를 들어 작성을 거부합니다.
어찌어찌 하여 모두가 극장에 착석한 가운데 승환의 얼굴은 한번도 비춰지지 않는 영화 <젊은 그대>의 시사회는 종료되고, 감독과 배우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지는데 배우가 된 승환의 작품을 보러 온 형들이 영화 속에서 동생의 얼굴이 한번도 보여지지 않은 것을 보고 감독에게 화를 냅니다.
2.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려주면 좋으련만
평론가와 찰스, 찰스와 감독, 승환의 형들과 감독, 주환과 약혼녀, 승환과 소개팅녀, 찰스와 사장.
이 사람들 사이의 대화, 말투, 그들의 실랑이를 보면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습도 다소 높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 속 사람들은 모두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고, 뭔가 시원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과 대사들 또한 답답하고 끈적하고,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자기의 말만을 반복하여 모든 것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 습도가 100%가 되면 뭔가 시원한 기분이라도 느끼고 전환이라도 될텐데 영화는 끝날 때까지 찜찜하고 답답함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는 3년여간 코로나19와 싸워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끝날 줄 알았고 금방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끝날 듯하면 이어졌고 종식될 듯 하면 뭔가 새로운 기폭제가 생겨나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3. 코로나19를 겪었던 우리들의 이야기
이 영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생활이 얼마나 팍팍하고 힘든 상황인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낀 상태로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생활 속 답답함이었고, 만남을 자제했고 소통을 중단했던 우리들에게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까지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방역 수칙 준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님들에게 수칙을 강요하게 되는 점주들과, 그것들이 불편하고 불쾌하여 불만을 토로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지고 벌어졌었습니다.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은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19의 현실을 B급 코미디 형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웃음은 즐거운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어 터져나오는 실소일 것이고, 보는 내내 뭔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가 겪었던 지난 3년여 기간동안의 일들이 모두가 영화 속 일들처럼 답답함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대전에는 대형극장도 많지만 작은 규모의 독립극장도 몇 군데 있습니다.
예전에 종종 가곤 했었는데 갈 때마다 느꼈던 것은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이 느껴져었습니다.
여름날에는 극장 안이 너무 더워서 영화를 볼 수 없었고, 겨울날에는 몇 장의 담요를 덥고 있어도 너무 추워서 오들 오들 떠느라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때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중간에 자리를 뜬 적도 있었습니다.
영화관에는 히터와 에어컨이 있는 듯 해보였지만, 오래된 것으로 작동소리만 요란하지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보였습니다.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용량의 것으로 아무리 세게 틀어도 극장에 온기와 시원함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극장주 입장에서는 긴축경영을 해야할 것이고, 알바생을 줄이고, 냉난방 비용을 줄이고, 그러면 그나마 영화관을 찾았던 사람들은 더 불편해진 환경으로 다시는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았지만, 저 또한 묘한 방법을 찾지 못하였고, 사실 제가 찾을 이유도 없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제는 마스크 착용도 해제가 되었고, 코로나도 이제 거의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답답함이 없는 상쾌하고 청량하고 시원한 세상을 기다리며 오늘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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